글 수: 16    업데이트: 18-11-27 13:29

언론&평론

​이영기가 보는 “자연의 또 다른 모습” - 이승백
관리자 | 조회 461
이영기가 보는 “자연의 또 다른 모습”

 
피사물에 대한 사진가의 호불호(好不好)는 아주 쉽사리 읽혀버리고 만다. 특히 여러 차례 자신의 사진을 발표한 사진가의 경우 소재에 대한 작가의 반응이 사진에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진이라는 매체는 고유의 특성상 소재 전환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에 작가들의 선택이 특정한 한 가지 소재에 머무르지 않는 경우가 흔하지만, 마치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을 신봉하기라도 하듯 제한된 특정 소재로 한 우물을 파는 작가 또한 우리 주위에는 얼마든지 있다. 넓이와 깊이 또는 다양성과 전문성의 관계라 볼 수도 있는 이러한 현상은 일반적으로 작가의 피사물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 결정은 물론 작가 자신의 몫이다.
도심만 벗어나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인공적 보탬이 되어 있지 않은 우리의 자연은 그 모습이 지리적 원근에 의해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별다른 곳이 있다면 그 곳은 반드시 그 별난 이유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관광지나 그와 유사한 곳임에 틀림없다.
이 땅의 사람들이 서로 닮았듯이 이 땅의 자연 역시 서로가 서로를 닮아 가는 세월을 살아왔기 때문이리라. 예나 지금이나 그가 즐겨 선택하는 소재는 우리에게 익숙한 우리가 늘 대하는 자연이다.
이번에 내보이는 작가의 사진들을 본다. 그는 고요히 잠들어 있거나 막 깨어나려고 하는 그가 선택한 자연에 그러나 좀처럼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려 하고 있다. 어쩌다 그럴 뜻이 약간이라도 있으면 대신 렌즈를 가까이 보낼 뿐이다. 없애버린 디테일, 단순화시켜버린 배경, 그리고 모노톤이라도 되어버리기를 바라는 듯한 프린트 등 등은 작가가 자연을 자신의 프레임에 담는 자신만의 방법이다. 거기에다 보태지는 약간씩의 의도적 흔들림과 거기에 묻어있을 것 같은 아주 약한 바람 소리, 그리고 그로 인해 새로이 생겨난 질감은 구체성과는 거리가 먼, 언젠가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마주쳤던, 그래서 기억의 한 구석에 아직 남아있는 달리는 열차에서 보았던 차창 밖 풍경의 단편들은 아닌가? 작가는 붓을 잡은 화가였더라면 해 낼 수 없었을 것 같은 그러한 이미지를 사진기로 담아내고 있다. 사진가로서 자연에 대한 그의 오래 묵은 감정을 읽을 수 있으며 작가와 보는 이들 사이에, 그리고 그 사진을 같이 즐기는 사람들끼리 일종의 동질성을 느끼게 한다.
2005년 2월 이승백(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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