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8    업데이트: 22-10-18 09:24

자유게시판

목우 선생님을 만나다.
허진해 | 조회 1,574

목우(木愚) 선생님을 만나다.

가을의 시작인 입추와 말복도 지났건만 30도 넘는 무더위가 광복절인 오늘도 사람을 지치게 하는 하루였지만, 68주년 광복절보다 더 기쁜 은사님을 만난다는 설레 임으로 전시회가 열리는 인사동으로 아내와 함께 출발합니다.

 

몇 일전 재경 영동 고 동문회 총무인 안영수(10)후배의 문자를 받고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고등학교 때 미술을 가르쳤던 그 김일환 선생님이 목우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알고 처음에는 동명이인 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고향모교4회 후배들이 송년회 때 은사를 모시고 행사한지 4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 서울전시회 소식이 전해졌고 오픈 식이 열린 어제는 화환도 보내고 총무가 대표로 참석했습니다.

 

10분 거리에 살고 있는 외손녀가 쉬는 날이면 불 쑥 불 쑥 쳐들어 오는 통에 우리부부의 자유도 많이 구속을 받았는데, 다행히 광복절인 오늘은 외손녀 가족이 속초로 여행 간다는 희소식을 들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고등학교 앨범을 뒤져 목우선생님의 옛날모습을 스마트 폰으로 찍어 고등학교 동기들에게 메시지로 보내고 같이 가자고 해도 친구들은 묵묵부답이라 혼자 가는 것 보다 엄마랑 함께 가는 것이 더 보기가 좋다는 아들의 응원에 전시가 열리는 미술관에 도착했는데, 전시관은 비어있어 선생님에게 연락하니 잠시 출타 중이라고 기다리면 방금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선생님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으니 바로 오신다. ! 몇 년 만인가? 32년 전 군입대 한다고 잠시 만나고 정말 오랜만에 학창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갔습니다.

선생님은 환갑도 지난 연세이고, 제자도 오십 중반의 젊은 할 배로 만났지만 학창시절 이야기한다고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서울에서 전시회 한다고 대구에서 가족이 총 출동했습니다. 사모님과 따님에 친척분까지, 사모님도 찾아주어서 너무 고맙다는 말씀에 노스승과 젊은 제자의 대화가 길어진다. 우리 아내는 선생님 첫 인상이 영화배우 신성일과 형제라 해도 믿겠다는 첫 인사를 선생님에게 건네니 껄껄 웃으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았습니다.

우리는 전시장에 너무 오래있으면 선생님과 가족들에게 폐 끼칠 것 같다고 아내가 자꾸 신호를 보내는 통에 선생님 작품 앞에서 나란히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부터 가끔 만나자는 인사를 나누고 미술관을 나옵니다.

 

나는 이번에 그 누구보다 선생님의 전시회가 반가웠던 일은 또 다른 사연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그 사연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직업이 전원주택 짖는 현장에서 주로 일을 합니다. 성남분당, 용인, 경기 광주 등, 현장에 가보면 풍광이 좋은 곳은 대부분 멋진 전원주택이 건설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같은 서민들이야 꿈도 못 꾸지만, 현장에서 유명한 인사를 많이 만났습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연예인, 대학교수, 예술가, 고위직 공무원 등, 특히 예술인들이 작업실 딸린 집에서 전시회 준비한다고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고, 그 사람들이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몇 해 전에 사진 배운다고 집 가까운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사진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사진은 아무리 잘 찍는다고 해도 렌즈라는 기계의 눈을 통해서 사물을 찍지만, 화가들은 눈과 손에 의해 물감과 붓 끝에서 도화지에 그려지는 사물을 볼 때 사진보다 그림 잘 그리는 화가가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림 그리는 모습이나 전시회 한다는 팸플릿을 보면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라 부러우면서도 솔직히 초대장 받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목우선생님 서울 전시회는 생각했던 꿈이 현실로 이루어 졌고, 선생님은 대구에서 서양화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신다는 사실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미술에는 소질이 없지만 정말로 기쁜 마음으로 가서 목우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목우선생님! 제자가 먼저 할 배가 된 것은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1111월에 지금 살고 있는 빌라로 이사했는데, 모두가 8가구로 위층에 사는 동갑내기 소설가가 있습니다. 그 소설가랑 비슷한 시기에 자녀들 혼사도 시키고 손주들도 같은 해에 태어났는데 60대 중반 세분의 형님들은 아직도 할 배 신고식을 못했으니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인데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니 참으로 걱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전시회를 찾아온 제자가 고맙다면서 선 생님은 작은 그림을 우리아내에게 선물도 주셨는데 나는 선생님에게 점심대접도 못하고 와서 못내 아쉬운 마음에 전시회 후기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목우 선생님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앞으로는 종종 찾아 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을 가지고 서울에서 자주 야단법석을 하시길 기대하면서 제자가 발원합니다.

2013-08-15, 남한산성의 고을 경기 광주에서 2회 제자 허진해(묵담:默潭)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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