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명상
오래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장갑을 낀 우수가
베란다의 창 밖에
기대어 있다.
아무래도 나는 오늘
저 정체 모를 구름 속으로
걸어가게 될 것 같다.
깊게 일렁이는 슬픔들이
그윽한 풍경 속으로 젖어들고
감출 수 없는 마음의 끝 하나
잡지 못해
온종일 목이 아프다.
짙은 수묵화처럼
내려앉은 산기슭에
구름은 느리게 지나가고
생의 한가운데를
숨 가쁘게 날으던 새 한 마리
오늘은
조용히 구름 속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