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황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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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86    업데이트: 16-11-17 11:20

작품방

흐린 날의 명상
황영숙 | 조회 1,013

흐린 날의 명상

 

오래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장갑을 낀 우수가

베란다의 창 밖에

기대어 있다.

 

아무래도 나는 오늘

저 정체 모를 구름 속으로

걸어가게 될 것 같다.

 

깊게 일렁이는 슬픔들이

그윽한 풍경 속으로 젖어들고

감출 수 없는 마음의 끝 하나

잡지 못해

온종일 목이 아프다.

 

짙은 수묵화처럼

내려앉은 산기슭에

구름은 느리게 지나가고

생의 한가운데를

숨 가쁘게 날으던 새 한 마리

오늘은

조용히 구름 속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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