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황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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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86    업데이트: 16-11-17 11:20

작품방

봄 밤
황영숙 | 조회 974

봄 밤

 

밤이 되자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미 져버린 봄꽃에 대한 이야기와

다가올 여름 장마를 우울하게 예고하며

물살을 가르며 흐르는 시간 속에 우리는

모구 취해 있었다.

 

얼마 동안 나를 기쁨에 들뜨게 했던

꽃들을 생각하며 잃어버린 모든 것들로부터

가진 것의 모든 것들을 향해 잔을 들었다.

 

이제 어둠은 깊어지고

길은 희미하게 지워졌다.

 

아직 잠들지 못한

바람의 옷자락이 나를 스치며

무수한 의태어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카시아 지는 늦은 봄밤

잠시 길을 버리고 떠나본 망각 속 뒤뜨락

젖어드는 바람 속에서

나는

작게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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