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황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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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86    업데이트: 16-11-17 11:20

작품방

목감기를 앓으며
황영숙 | 조회 938

목감기를 앓으며

 

다시 목감기를 앓고 있는 요즘, 베란다의 창문 너머

아득한 세월을 이기지 못한 나무들이

자꾸만 부스럭부스럭

마른 몸을 뒤척이고 있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은 적막의 빈 숲에선

싸늘한 가시덤불이 어지럽게 얽혀 있고

마음 한 켠에서

자라던 상처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목을 누른다

너무 오래 앓은 탓일까

실핏줄의 미세한 아픔도 견디지 못해

독한 캡슐과 뜨거운

물 한 모금으로 달래 보는 고통은 언제나 쓸쓸하다

겨울이 끝나 주기를, 고르지 못한 맥박에 손을 얹고

언제나 마음이 앞서서

상처받았던 더운 욕망들이 죄가 아니었음을,

이렇게 불규칙적으로

두근거리는 목숨이었다고 조금씩 출렁이는

산기슭을 향해 낮게 중얼거린다.

숲을 떠나 버린 새들의 추억은 너무도 따스한데

바람으로 서성이는 그리움 하나

아직도 목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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