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    업데이트: 22-03-24 10:00

언론&평론

갤러리 나무 하종국 개인전 “우포늪 풍경으로 위로 건네요”
관리자 | 조회 244



어린시절 고향·추억 시각화
우포 그렸지만 ‘만인의 고향’
벌거벗은 나무는 평등 메시지



고향산천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휘발되지 않고 잔상으로 남는다. 어린시절의 추억들이 고향의 나무 한 그루, 돌 하나에 선명하게 아로새겨져 있다. 우포늪 풍경을 그리는 작가 하종국에게 우포늪은 어머니이자 친구였다. 세상을 향한 날개 짓을 펼치면 우포늪이 어머니나 친구처럼 따스하게 바라봐 주었다.

대구아트파크 갤러리 나무에서 열리고 있는 하종국 개인전 제목은 ‘그리움을 담다…’. 우포늪 풍경을 그린 회화 작품 30여점을 걸었다. 우포늪 풍경이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것은 10여년 전이다. 어린시절 세상의 전부였던 우포늪에 대한 기억을 시각화하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시작됐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대상이 되었지만, 하 작가에게는 좀 달랐다. 어린시절 놀이터이자 그가 아는 세상의 전부였다. 예순을 넘긴 지금까지도 우포늪은 자신의 삶과 분리할 수 없는 끈끈함을 간직한 존재다. 우포늪은 그에게 분신이었다.

“어린시절의 기억과 어머니와 친구들의 모습이 우포늪에 있기 때문에 저의 우포늪은 그리움이죠.” 이는 지난 10여년간 작품의 제목이 ‘그리움’이 된 배경이기도 하다.

하 작가의 우포늪 풍경에 배어있는 주된 정서는 그리움이다. 우포늪에서의 그리운 추억들이 붓끝을 타고 캔버스에 전사(轉寫)된다. 하지만 그의 그리움은 어린시절의 추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도 우포늪 풍경에 이입된다. “제게 우포늪은 고향에 대한 향수이자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죠.”

화면 속 풍경은 중앙에 강을 두고 주변을 산들이 에워싸는 형국을 취하고 있다. 산과 강은 군더더기 없는 몇 가닥의 선으로 절제하고, 산과 강은 파스텔톤으로 마무리해 애잔한 분위기를 더한다. 심지어 원근법마저 과감하게 포기했다. 그리운 정서를 표현하기 위한 나름의 계산법이었다.

하지만 그의 그리움은 단순한 정서적 유희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그에게 그리움은 순수의 다른 이름이다. 그가 그토록 순수를 갈망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에게 순수는 감동의 원천이자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안이다. 사람들에게 감동과 위안을 건네는 것은 그가 작가로서 누리는 가장 큰 보람이기 때문에 지난 10여년간 우포늪에서 순수를 길어올리고 있다.

“복잡한 세상에서 상처받는 현대인들에게 순수한 우포늪 풍경으로 위로를 건네고 싶어요.”



우포늪을 그리는 시점은 동트기 전이나 해질 무렵, 그리고 비나 눈이 내리는 때다. 아련한 그리움이 눅눅하게 녹아들기에 제격인 시점들이다. 시간만 나면 우포늪으로 달려가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사실적인 우포늪을 고집하지 않는다. 강을 끼고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보편의 강 풍경을 표현한다.

“우리나라 곳곳을 다니며 눈에 담았던 강 풍경을 다양하게 재구성해요. 제 고향인 우포늪을 그렸지만 만인의 고향 풍경을 선사하고 싶기 때문이죠.”

3년전부터 그의 우포늪에 윤슬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윤슬은 그리움의 깊이와 사색의 향기를 짙게 드리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특히 겨울풍경을 선호하는데, 이는 우포늪이 그에게 전한 가르침이 있었다. 겨울의 우포늪 앞에 서면 “자연 앞에서 모든 존재는 평등하다”는 자연의 목소리가 귓전을 스쳐갔다.

“벌거벗은 겨울나무는 거짓 없는 자기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며, 모든 존재는 평등하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우포늪이 제게 가르치는 평등의 가치를 관람객들에게 전해 드리고 싶어요.” 전시는 26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출처 : 대구신문(https://www.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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