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    업데이트: 22-03-24 10:00

언론&평론

권원순 평론
관리자 | 조회 817

​하종국의 자연과 그 이상적 세계

인간은 생래적生來的인 인품을 가지고 있으나 대체로 성장, 교육, 자연의환경에 의해 독립된 한 인격체로 완성되어간다. 예로부터 인간은 자연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아왔다. 서양이 자연에 대립적인 태도를 갖는 것은 “땅을 정복하라. 그리고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고 한 구약성서(창세기 1장 28절)에 기인하고 있다. 반면에 동양은 자연에 의지하고 순응하며 삶을 영위한다. 이는 “인간은 지地의 법칙에 따르고, 지地는 천天의 법칙에, 천天은 도道의 법칙에, 도道는 자연自然의 법칙에 따른다.”는 노자(도덕경 25)의 무위자연설無爲自然說에 근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18C 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는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사회제도나 문화 속에 들어가면서 부자연스럽고 불행한 삶을 살게 되었기 때문에, 인간다운 삶의 회복을 위해 자연의 무구無垢한 상태로 돌아가라고 외쳤던 것이다.

작가 하종국은 자연생태 그대로 보존된 우포늪과 냇물과 숲과 산이 있는 시골에서 태어났고, 이러한 자연 속에서 뛰어 놀고 무수한 생명들과 대화하며 유년시절을 보내었다. 그러므로 그에게 있어 자연은 어머니의 품이요, 스승이었다. 그의 자연친화적인 태도는 자연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으로 심적으로는 언제나 평온과 안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자연을 인간을 포함한 천지간의 만물이 조화의 힘에 의하여 이루어진 일체의 것으로 파악한다.

그의 작품의 소재는 하늘과 구름, 산과 나무, 그리고 강물이며, 원근법과 입체성을 무시한 담채의 적, 청, 녹, 황의 색면으로 구성된 풍경화이다. 이에서 비롯된 소재와 조형방법의 간결성은 자연의 구체적인 대상들을 사상捨象함에 의존하며, 그 결과 화면은 실재實在하는 자연에서 추출된 청정하고 정적이고, 평화로운, 다소 몽환적 세계를 재창조해 새로운 자연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래서 그는 “비 오는 밤 창가에서 빗줄기 너머 희미한 안개도시를 바라보며 삶에 지치고 외롭다고 느낄 때”, 자기의 작품을 기억해 그 시름을 잊어주기를 바란다. 작가 하종국의 자연관이나 작화 태도는 급변하는 국제적 미술사조에 추종하기보다 자연대상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조觀照하는 자연애관自然愛觀을 바탕으로 인간의 행복한 삶을 위한 이상적 세계를 재창조함에서 분명히 밝혀진다.

권 원 순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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