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    업데이트: 22-03-24 10:00

언론&평론

1회 전시회
관리자 | 조회 623

미술대학을 졸업한지 삼십년, 오십을 훌쩍 넘긴 나이에 첫 개인전을 하는 화가가 있다. 그 정도 나이면 화단에서 중견의 대접을 받으며 안주할 만한 나이 이건만 그는 이제 청년작가로 화단에 데뷔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는 늘 작업을 해왔다.
생업의 분주함속에 미술학원 연합회 회장의 중책을 맡으면서도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틈틈이 그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풍경을 그려왔다.

그는 실재적인 풍경을 재현하는 작가이지만 치밀하게 대상을 묘사하지 않는다.
조용한 호수의 수면에 반사된 은유적인 풍경, 때론 아침햇살에 감춰진 적막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안개 속에 어렴풋이 가려져 신선한 서정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는 무엇을 그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떻게 그릴 것인가를 고민한다.
현대회화의 자유분방함과 아이디어의 범람, 변화무쌍한 테크닉이 혼재한 가운데 오히려 그의 담담하고 성실한 작업이 가슴에 와 닿을 수 있을 것이다. 무한한 변화보다는 차분한 정감이 스며있고 기발한 상상력의 표출보다는 일관된 묘사력과 진지함이 그의 성품과 닮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동료들은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나온 시점에 그는 새롭게 출발선에 서있다. 작가의 길은 고단하고 외롭겠지만 자신과 새롭게 소통하며 내적인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고 작업해 나가리라 믿는다.

그는 계산적이지도 못하고 돈버는 재주도 없다. 그가 가진 재주는 그림 그리는 일과 사람을 편하게 하는 재주다. 남은 삶, 좋은 친구들과 가끔 막걸리 한잔하며 그동안 펼치지 못한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길 바란다.
 
김봉천 (화가, 대구예술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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