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는 나의 성자다
-하청호-
내가 민달팽이를 좋아하는 것은
집 한 채 없는 청빈함과
그럼에도
도도한 몸짓이다
단단하고 거친 길 위에
위협적인 따가운 햇살이 쏟아져도
느릿하게 몸 움직이는
저 자존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절박함과 급할 것도 없는 여유로움과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 무심無心
민달팽이는 나의 성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