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와 도끼날
-하청호-
산에 어린 소나무를 심었다
나무는 줄을 맞추어
아이들처럼 나란히 서있다
나무들의 어린 밑동에는
아무도 모르게 도끼날이 박힌다
나무가 자랄수록 도끼날은 나무 밑둥치로
조금씩 파고 들어간다
수십 년이 지나 큰 소나무로 자랐을 때
밑둥치의 도끼날은 최후의 힘을 준다
쿵! 나무는 쓰러진다
도끼날은 또다시 어린 나무를 찾기 위해
무딘 날을 벼리고 있다
숲에 서늘한 기운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