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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43    업데이트: 19-01-03 17:19

시감상

만차에 마지막 차로 댄 적이 있다
아트코리아 | 조회 1,569

만차에 마지막 차로 댄 적이 있다

 

-공영구-

 

만차에 마지막 차로 댄 적이 있다

 

정월달부터 허둥대었다

친구 딸 결혼식에 또 늦장 부렸다

 

늘 꾸물댄다고

게을러 터졌다고

아내로부터 친구로부터 들어오던 말

 

모임에 늦는 건 이해 되나

차 시간 늦는 건 어찌해야 하나

결혼식 늦는 것 쯤이야 무슨 대수랴

 

특별한 일 있어 늦은 것도 아니요

일찍 서둘러도 이 옷 저 옷 고르다 늦고

이 신 저 신 고르다가 늦고

시답잖은 전화와서 늦고

이웃 친구 만나 이야기하다 늦고

예기치 않은 고통체증으로 또 늦어지고

 

항상 한 박자 늦은 것에 이골 난

너 오면 다 왔다는 말도 더없이 친근해지는

짜릿하고 여유로운 삶에 취해 버린 지 오래됐다

 

디지털 정보만 판 치는 각박한 세상

빨리빨리에 젖어버린 현실이 너무 싫어

육신은 오리지날로 지내고푼 욕구에 젖어있다

 

모두가 좋아하는 일등

일류만 고집하는 명품집단

빨리만 강조하던 우리민족의 우수한 근성

 

오늘도 꾸물대다가 용케 한 자리 차지했다

호텔 출입구 입구를 내 차가 막았다

이 통쾌한 기분 누가 알까

거꾸로 내가 일등이다

주차된 모든 차는 내가 움직이기를 바란다

꼴찌의 기쁨도 일등 못지않다

 

모든 이의 시신 한 몸에 받으며

거드름 한껏 피우며 천천히 시동 걸었다

 

만차에 마지막 차로 댄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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