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차에 마지막 차로 댄 적이 있다
-공영구-
만차에 마지막 차로 댄 적이 있다
정월달부터 허둥대었다
친구 딸 결혼식에 또 늦장 부렸다
늘 꾸물댄다고
게을러 터졌다고
아내로부터 친구로부터 들어오던 말
모임에 늦는 건 이해 되나
차 시간 늦는 건 어찌해야 하나
결혼식 늦는 것 쯤이야 무슨 대수랴
특별한 일 있어 늦은 것도 아니요
일찍 서둘러도 이 옷 저 옷 고르다 늦고
이 신 저 신 고르다가 늦고
시답잖은 전화와서 늦고
이웃 친구 만나 이야기하다 늦고
예기치 않은 고통체증으로 또 늦어지고
항상 한 박자 늦은 것에 이골 난
‘너 오면 다 왔다’는 말도 더없이 친근해지는
짜릿하고 여유로운 삶에 취해 버린 지 오래됐다
디지털 정보만 판 치는 각박한 세상
빨리빨리에 젖어버린 현실이 너무 싫어
육신은 오리지날로 지내고푼 욕구에 젖어있다
모두가 좋아하는 일등
일류만 고집하는 명품집단
빨리만 강조하던 우리민족의 우수한 근성
오늘도 꾸물대다가 용케 한 자리 차지했다
호텔 출입구 입구를 내 차가 막았다
이 통쾌한 기분 누가 알까
거꾸로 내가 일등이다
주차된 모든 차는 내가 움직이기를 바란다
꼴찌의 기쁨도 일등 못지않다
모든 이의 시신 한 몸에 받으며
거드름 한껏 피우며 천천히 시동 걸었다
만차에 마지막 차로 댄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