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공영구- 아내 생일날 온 가족이 외식을 나갔다 어른들이랑 아이들이 제각각 불고기다 자장면이다 옥신각신하다가 레스토랑으로 발길을 돌렸다 핏물 밴 스테이크와 감자 몇 조각 고명으로 얹은 콩 몇 개 그저 즐겁게 웃었지만 자식들 돈 쓴다고 속이 편치 않았다 집에 와서 허둥지둥 국수를 삶는 아내, “돈도 돈이지만 이 맛이 최고다”며 국수 한 그릇 다 비웠다 국수나 수제비가 전부였던 시절 그것마저도 자식이 눈에 밟혀 목에 걸린다고 집에 와서 허둥지둥 홍두깨로 국수 밀던 어머니 그때가 왈칵 목구멍을 쓸고 내려간다 그래도 그것이 별미였던, 그때가 벚꽃처럼 환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