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방문을 환영합니다.
오늘 4     전체 61,871
글 수: 43    업데이트: 19-01-03 17:19

시감상

다른 손
아트코리아 | 조회 760

다른 손

 

 

공 영 구

 

아직도 나는 그때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

추적추적 봄비 내리던 날

할 일 없는 젊은이 늙은이들이 찾아드는

대낮부터 60촉 전구 몇 개 걸려있고

커다란 스피커 두 개가 전부인 넓은 홀

남녀노소 뽕짝 장단에 맞춰 지르박을 추고

느릿한 진양조에 취해 부루스를 부둥켜 안고

말고 당기고 돌리고 돌리고

광나는 구두에 짖이겨지는 바닥은

둔탁한 신음을 뱉고

새까만 원피스에 싸구려 향수 뿌린

먼 동네 아줌마들 몰려오면

사기등방같은 눈을 부라리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훑어보는 시선, 시선들

이 화려한 꿈이 가슴에 요동칠 때 손을 내민다

봄비도 소리죽여 내리던 음산한 날

요행을 바라던 손끝을 붙잡은 또 다른 손

손가락이 가느다란

그 아줌마의 이름을 나는 모른다

25)낮술

 

평소에 늘 기죽어 살다가

위로 받기위해

절에 간 적있어

갈 때마다 대웅전 치켜든 처마에

스님의 눈빛에 또 한 번 고개 숙이고

 

낮술 한잔 먹은 김에

허우적거리며 절 찾아갔더니

절간은 텅텅 비어있고

스님도 있는 둥 없는 둥

부처님 날 보고 웃는 둥 마는 둥

큰소리로 소원 한 번 말하고는

공갈까지 쳤는지 안 쳤는지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