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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43    업데이트: 19-01-03 17:19

시감상

왜 하필이면
아트코리아 | 조회 860

왜 하필이면

 

 

과일가게 앞 채소 파는 할머니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가느다란 가을비 좌판 적신다

 

참을만큼 참았는지 하늘 한 번 보고는

굽은 허리로 말없이 주섬주섬 전 거두고

늙은 손놀림 어둔한지 자꾸 헛손질이다

허리 한 번 펴고는 돈 쌈지 만져보고

오고가는 사람에게 멋쩍은 웃음도 보낸다

 

등이 굽어서 손끝 야무지신 엄마 생각났다

빨간 고추 공드려 말리다 갑작스런 비에

종종걸음으로 광주리에 담고 멍석 두르르 말며

'왜 하필이면 이때 비 오노

일 안하고 잠자는 밤에 오면 어떤노'

아마 할머니의 마음도 그러했을 것 같다

 

빗줄기가 굵은 주름살 파고들 때

허둥대는 손놀림에 툭,떨어지는 무 하나

빗물에 반질르르 윤나게 씻겨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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