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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김선우 개인전 - Hide N Seek
17/08/28 15:34:09 아트코리아 조회 2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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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처럼 죽은(As dead as a dodo) 좋은 대학을 가면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어 좋은 직장을 얻어야지 돈도 많이 벌고 좋아 어렸을 적 공부가 정말 하기 싫었을 때, 주변에서는 나에게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다. 과연 좋은 직장과 좋은 대학이, 돈이 뭐 그리 대수라고. 한껏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반복되는 하루하루에 익숙해진다. 마치 사회의 적격여부를 판단하듯 매겨진 학벌의 순위는 졸업장보다 무겁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대학에 가면 좋은 학점을 위해 공부를 하고 또 하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온갖 자격증을 따고 경력을 쌓아 좋은 스펙을 만든다. 하지만 한 줄씩 차곡차곡 쌓여가는 이력서에는 여전히 빈 칸이 많고, 거기에 마땅한 스펙을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우리는 쉬지 않고 달려야만 하는 튼튼한 다리를 얻었지만 정작 자기가 하고 싶었던, 꿈과 이상을 위해 날아오르기 위한 날개를 잃어버렸다. 아니면, 우리는 처음부터 날개가 없었던 걸까? 도도새는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모리셔스 섬에 살았다. 먹을 거리가 많고, 맹수의 위협이 없었던 그 곳은 도도새에게 최상의 낙원이었다. 섬에 정착한 도도새는 점차 몸집이 비대해지면서 날개가 퇴화되었고, 16세기 대항해시대에 섬으로 유입된 사람과 외래종에 의해 근 100년 만에 절멸되었다. 그렇게 도도새에게 모리셔스 섬은 낙원이자, 무덤이 되었다. 김선우 작가는 그들에게서 자신의, 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다. 나는 법을 잃어버린 새는 고립되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도도)가 되었다. 그저 캔버스 안에 펼쳐진 정글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면서, 때로는 지도나 횃불을 들고 무언가를 찾아 나선다. 간혹 다른 새들을 만나지만, 그들은 이내 멀리 날아가고 없다. 커다란 잎사귀는 장난감인양 도드라져서, 정글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원처럼 보인다. 그것을 알지 못한 채 여전히 도도새는 초점 없는 눈으로 정글을 방황하고 있다. 나는 법을 잃은 도도새는 그 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쳇바퀴 같은 삶을 살다 죽음을 맞이했다. 작가는 이미 잊혀져버린, 허구가 되어버린 그들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아내면서 획일화된 현대인들의 삶을 비집어낸다. 우리는 더 나은 삶, 좋은 삶을 위해 부단히 달려가고 있다지만 과연 그 여정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규격화된 이상향을 따라 짜여진 틀과 공식을 좇고 있는 우리들에게 저마다 진정으로 원하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마치 도도새처럼 환경에 순응하며 거기에 삶을 짜맞추고 있는 건 아닐 지. 계속해서 의심을 이어가다 보면 도도새의 얼굴에 언뜻 자신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토탈미술관 큐레이터 -정효섭-

전시 정보
작가 김선우
 
장소 갤러리 포월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1층 아케이드 M105호
기간 2017-09-04 ~ 2017-09-23
시간 10:00 ~ 19:00 
휴관: 매주 일요일
관람료 무료
 
주최 갤러리 포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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