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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화제_북성로를 상징하는 빵집, ‘팩토리09’
17/10/09 12:34:19 아트코리아 조회 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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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공구 산업의 출발지로 7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북성로에는 지금도 400여 개의 공구 업체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 한때 공구 산업으로 국내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북성로의 명성은 쇠퇴했지만,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근대 공업기술이 장인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과거 발명가나 예술가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시켜온 이곳에서 오늘날 젊은이들의 창의성 또한 펼쳐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최근 이러한 북성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독특한 가게가 문을 열었다. 일명 ‘공구빵’을 판매하는 빵집 ‘팩토리09’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7월 말 가게를 오픈한 최현석(34) 씨는 이 가게를 연 것에 대해 “북성로를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북성로불고기’가 연관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아쉬웠어요. 북성로가 가진 본래의 가치가 잊혀간다는 의미로 읽혔거든요. 북성로를 상징하는 공구를 대중이 접근하기 쉬운 빵과 융합하면 거리의 가치를 친근하게 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장성도 있으면서 의미도 지닌 일본의 지역 콘텐츠 사례도 참고했고요.”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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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오픈한 이 빵집에는 볼트와 너트, 그리고 멍키스패너 모 양을 한 마들렌을 판매하고 있다. 그는 빵의 모양뿐만 아니라 제작 방식에도 북성로의 정체성을 담았다. 북성로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주물집 ‘선일포금’과 함께 빵틀을 제작한 것. 북성로 주물방의 역사와 장인들의 인생을 스토리텔링한 이 방식은 2016년 북성로에서 열린 주민협업공모전 ‘메이드인북성로’를 통해 선일포금 최학용 장인과 만나게 되면서 실현된 것이다. 이어 그는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의 ‘브랜딩 공모전’에 참여해 전문가 들의 도움으로 패키징, 디자인 등을 수정하여 이를 상업적으로 더욱 구체화해나갔고, 결국 실제로 가게까지 운영하게 됐다. 

계명대에서 패션마케팅과 공예디자인을 공부하고, 예비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을 거친 최 씨는 ‘약령시 주민 목공소’에서 업사이클링 사업과 프로젝트 공간인 ‘장거 살롱’의 설립을 함께 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쇠퇴하는 지역의 골목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함께하며 고민을 이어갔다. 주로 북성로에 버려지는 목재 펠릿(pellet)으로 예술품이나 상품을 재생해왔기에 그러한 고민의 결실이 북성로에서 자연스럽게 맺힌 것이다. “지역에 대해 알게 되면서 관심과 애착이 생겼어요. 그것이 발전되어 지역을 알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고 요. 이런 움직임들은 민간에서 이루어질 때 비로소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예술이나 상업 등 형태를 구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 

최 씨 외에도 이처럼 지역을 기반으로 한 아이디어들이 민간 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사례가 많다. 대구 작가들이 참여한 ‘김광석길’의 시작이 그러했듯, 대구에는 근대골목에 얽힌 이야기를 주제로 공연을 펼치는 밴드와 인적이 드문 대학가 골목을 문화 콘텐츠로 채색하는 조합형 문화예술 단체, 시골 마을 어르신들의 생애사를 써 내려가는 대학생 프로젝트 등 시민의 아이디어와 실천으로 지역을 다양한 방식으로 계승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화와 도시 재생을 매개하는 이들은 무심코 지나친 지역이라는 터전을 다시 되돌아보게 함은 물론, 공동체와 지역 경제 또한 되살리고 있다. 이것이 지역을 발굴하고 생명을 불어 넣는 이들의 움직임을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글·사진|김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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