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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 대구문화와 함께하는 저녁의 시인들
17/05/31 14:06:08 아트코리아 조회 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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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투리를 들판에 핀 야생화라 치고, 표준어를 그 속에 있는 백합이라 쳐 봅시다. 들판에 핀 백합이 아름답다고 그것만 싹둑 잘라서 집안에 꽂아두면 과연 이전만큼 아름다울까요? 백합이 아름답다고 느낀 이유는 야생화들이 만발한 들판에서 피어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사투리든 표준어든 서로 다양한 형태로 어우러질 때 아름답다는 뜻이죠.”

 

  지난달 11일에 열린 ‘대구문화와 함께하는 저녁의 詩人들’에서는 ‘대구 사투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이날 행사의 주인공이 대구 사투리로 시를 쓰는 상희구 시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구에서 서울로 떠난 지 30여 년만인 지난 2012년 시집 『大丘』를 시작으로, 꾸준히 ‘대구’ 연작을 발표해오고 있다. 사투리를 활용하여 고향인 대구의 삶과 풍경을 그리고 있는 이 연작은 총 10권을 목표로 현재 제6권까지 발간되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 연작 작업을 통해 상희구 시인은 오늘날 우리 시단에서 독보적인 시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날 해설을 맡은 문무학 시인은 그의 사투리 시에서 네 가지 투리(透理)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첫째는 사투리가 어머니의 언어라는 사실이요, 둘째는 고향땅의 언어이며, 다음으로는 그 속에 몸으로 익힌 표정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그의 사투리는 그리움의 언어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이처럼 시인이 고향을 떠난 지 수십 년이 지나 사투리로 시를 쓰고자 하는 이유 또한 결국 이러한 “사투리의 4투리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이날 「딸꾸비」, 「두 손으로 부욱 찢어서 묵는 짐장뱁추짐치 잎사구 맛」 등 대구의 사투리와 유년 시절의 정서가 담긴 시편들을 낭독한 상희구 시인은 자신이 사투리 시를 쓰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종의 각인 같은 것이다. 언어 감각을 물려받은 부분도 있겠지만, 유독 굴곡이 많았던 어머니의 인생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그런 삶의 언어나 모습들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다.”

 

  여기에 그는 자신의 시를 타고난 치아(齒牙)와 실을 가장 많이 품을 수 있는 형태로 태어난 누에고치에 비유하며, 자신에게는 시가 이처럼 선험적이고 자연발생적인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첫 시집 『발해기행』을 보고는 당신은 『발해기행』을 쓰려고 태어났다고 하더라. ‘대구’ 연작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대구’ 연작을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고 하더라. 순전히 자연발생적이라는 이야기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최근에는 연작 작업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대구의 전설과 설화를 중심으로 한 7권을 집필하기 위해 자료 수집과 답사를 병행하고 있으며, 이후 대구의 작은 산과 개울 등을 소재로 한 짧은 시들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이하석 시인은 “상희구 시인은 미당을 비롯한 우리 사투리 시의 계보를 잇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대구’ 연작 10권이 완성되면 대구 문학뿐만 아니라 우리 시단에서도 아주 이채롭고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희구 시인에 이어 이달 1일(목) 저녁 7시에 열리는 행사에서는 현재 대구 문학계의 대표적인 시조시인으로 손꼽히는 이정환 시인을 초청한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제2예련관 예술아카데미 강의실 입장료: 3천원(대구문화 정기 구독자: 2천원) 문의: 606-6142

 


글|이승욱  사진|김보람

출처 네이버 월간대구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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