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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단체 탐방⑩_씨날창작음악연구소
17/03/30 10:38:19 아트코리아 조회 3850

예술 단체 탐방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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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버전의 스마트 기기가 출시되거나 못 보던 음식점이 들어서면, 사람들의 후기와 평가가 자연스럽게 따라 생겨난다. 그렇다면 새로움의 최전방에 있는 예술 분야는 어떨까.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새로운 창작물들이 일상처럼 태어나고는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담론이 형성되거나 제대로 된 비평이 이루어지는 현장은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비평이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창작물에 대한 관심의 부재로도 읽힐 수 있다. 이는 창작 예술의 발전을 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대구에는 창작 음악의 발전을 도모하고, 건강한 비평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 씨날창작음악연구소(이하 씨날)가 있다.

 

 

 

  창작 음악의 인큐베이터, 비평  

2005년 ‘씨날 작곡원’으로 출발한 이 모임은 작곡가 하종태(1대 소장)와 김동학(2대 소장)이 작곡 세미나를 열면서 처음 발족됐다. 이들은 씨실과 날실의 합성어인 ‘씨날’로 이름을 정하고, 세로로는 깊이 있는 음악 연구를, 가로로는 음악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작곡가와 연주자 그리고 관람객까지를 아우르는 창작 문화를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세웠다. 현재는 작곡가 정은신 씨가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하종태, 김동학, 김영, 박철하, 서영완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대구 지역 작곡가들이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씨날창작포럼’은 ‘창작 음악의 이해와 비판적 수용’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05년부터 지금까지 매월 진행하고 있는 간판 프로그램이다. 정은신 대표는 “1980년대까지는 동아리나 스터디를 중심으로 비평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런 건강한 문화를 다시 한 번 부활시키고자 행사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매주 다른 작곡가들을 초청해 그들의 작품 세계를 직접 들어본 후 참여자들과 자유롭게 토론하고 비평하면서 씨날도 함께 성장해왔죠.”라고 말했다. 이 포럼에는 작곡가 임주섭 교수를 시작으로 이철우, 권은실 등 대구 지역 작곡가들이 초대되었고, 이후 최명훈, 나효신, 전욱용, Marcin Blazewicz 등 타 지역 및 해외 작곡가들도 초대되었다. 이에 더해 현대 작곡의 조류가 다른 장르와의 융합 및 공동 작업이 필수가 되면서 초창기 작곡 분야로 시작했던 포럼의 주제가 다른 분야로도 확대됐다. 미술, 문학, 무용 등 타 예술 장르의 작가들은 물론, 금융인, 건축가, 생명과학자, PD 등의 전문인들이 포럼을 거치며 창작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들을 제시해왔다.

 

  작곡과 연주 하나의 생태계를 위하여 

대구 지역 신인 연주자들의 프로필을 보면 씨날에서 주최한 리사이틀 경력이 자주 눈에 띈다. 2009년부터 시작한 ‘콘서트 씨날’은 현대음악 연주자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육성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38명의 연주자들이 이 무대를 거쳐갔다. 정 대표는 “작곡가와 연주자의 생태계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분야입니다. 작곡가는 늘 자신의 작품에 가장 적합한 연주자를 찾아내야 하고, 연주자들은 자신의 연주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곡을 만나기를 열망하죠. 이를 위해서는 음악인들이 자신의 음악 세계를 공론화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연주자를 육성할 목적으로 리사이틀 기회를 얻기 힘든 신인 연주자들을 주로 무대에 세우려고 노력했습니다.”라며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우스콘서트 형태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현대 작품 위주의 연주자 레퍼토리로 꾸며진 1부와 연주자의 스타일과 맞아 떨어지는 위촉 작곡가의 신작을 선보이는 2부로 구성된다. 2015년에는 따로 운영해오던 씨날 콘서트와 작곡 포럼을 하나로 합해 ‘콘서트앤포럼씨날’로 개편했다. 전공자를 비롯한 시민들이 매회 20명에서 많게는 50명 이상 참여하고 있는 이 행사는 지난 3월 개편 후 열 번째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달 24일에는 독일에서 유학한 플루티스트 강나래와 위촉 작곡가 조우성이 플루트와 전자 음향을 위한 신작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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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날창작음악연구소 연구원들

 

 

 

  현대 음악의 미래를 심다  

기성 작곡가들로 구성된 씨날은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아왔다. 방학마다 개최되었던 ‘작곡 마스터클래스’는 대구·경북 지역을 포괄해 많은 수료생들을 배출해냈다. 또, 콘서트앤포럼씨날에서는 대학원생이나 학부생들이 꾸미는 ‘영 콘서트 씨날’을 연 1회 이상 열고 있다. 정 대표는 “학부만 수료한다고 해서 바로 작곡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고, 발표의 장도 주어져야 하죠. 기성 작곡가로서의 책임감으로 시작했던 ‘영 콘서트 씨날’에서는 발표 작품들이 기대 이상으로 훌륭해 파급 효과가 컸습니다. 기성 작곡가들이 오히려 이 행사를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전해오기도 했죠. 이렇게 작곡 분야 내에서 세대 구분 없이 소통하는 장이 마련되어 기쁩니다. 앞으로는 전국 공모를 통해 더 많은 학생들의 작품과 만나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씨날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김동학 연구원이 진행하는 ‘음악감상모임’은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정기 연주회 메인 곡을 미리 감상하고 함께 토론하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현대 창작곡들도 함께 소개해 현대음악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한 가지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꾸준히 풀어가다 보면, 다른 빈 칸들도 쉽게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껴안은 일들이 둘이 되고, 셋이 되었다. 10여 년 간의 활동을 돌아보면 많은 것들이 변화했지만, 아직은 더 돌봐야 할 일들이 많은 것 같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해온 여러 가지 사업들을 계속해서 해나가는 것이 최우선의 활동 목표지만, 숙제도 여전히 많습니다. 자료집 발간과 온라인을 활용한 사업 등도 계획 중에 있고요. 특히 우리나라 창작 음악계의 숙제이기도 한 악보집 발간이 시급한 사업입니다. 씨날에서 발표된 많은 작품들이 후대까지 남아 더 많이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라며 앞으로의 비전을 밝혔다.

 

 

글|김보람 - 대구문화예술회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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