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의 시인 박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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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6    업데이트: 15-01-03 16:18

보도자료

속도에 밀려 사라지는 간이역의 애틋함이 날 끌어 당겨요
아트코리아 | 조회 1,048

기차는…기차와 사람③시인 박해수


속도에 밀려 사라지는 간이역의 애틋함이 날 끌어 당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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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간이역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어요. 그것이 가장 안타깝죠.”

 

KTX로 대변되는 속도의 시대, 시인 박해수(60)씨는 ‘간이역 시인’으로 불린다. 요즘도 일주일에 2,3일은 간이역을 찾아 떠난다는 박씨는 지금까지 1천여편의 간이역 관련 시를 써왔다. 시집만 해도 4권.  

 

“어머니가 그리워지면 간이역으로 갑니다. 1938년 어머니가 역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밑에 ‘선로에 서 있는 이 부평(浮評)의 두 몸을’이라고 써 두신 사진을 발견했어요. 그것이 계기가 돼 간이역에 대한 시를 쓰기 시작했죠.”

그때가 1998년. ‘바다의 시인’이 ‘간이역 시인’으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그 후 지금까지 간이역 10곳에 시비를 세우기도 했다. 북한의 역에 관한 시도 300여편이나 썼다. “북한의 역은 이름이 독특해요. 아득역`영원역`단발령역 등 이름만 들어도 역 이미지가 연상돼 재밌어요.”

 

겉으로 보기엔 별 달라보일 것 없는 간이역에 이토록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이역에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틋함? 그런 것이 느껴져요. 한때 수만명이 북적였을, 최첨단 교통수단이었을 간이역들이 속도에 밀려 하나 둘 사라지는 그 모습은 우리 삶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요.”

 

이순(耳順)을 맞은 시인의 말에 무게가 실린다. 그래도 요즘 간이역을 사랑하는 네티즌들이 부쩍 많아져 시인은 반갑다. 간이역을 지켜내기 위한 운동이 펼쳐지기도 하고 주민들이 직접 돈을 모아 역을 복원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문화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시인의 해석이다.

“사라져가는 간이역을 방치하지 말고 청소년들의 체험학습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박씨는 주장한다.

 

“불과 한 세대 전, 촌부들이 닭이며 오리, 곡식을 기차에 싣고 팔러 다니던 삶의 현장이 교육의 현장으로 바뀌어야 해요. 주변 풍광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이 가을, 시인은 간이역을 꼭 가보라고 당부한다. 무심한 간이역이 시인에게처럼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순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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