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양역 입구
출구를 따라
입구와 출구를 떠나
사월을 빠져 나온다
목련꽃 그늘아래
……
어두운 길
밝은 길
말의 성찬(盛饌)
말의 죽음
흘러나온 길들이
가야 할 길들이
오래 오래 슬픔에 목 단다
봄날,
봄꽃으로 칭얼대는
봄 사랑,
가을, 가을 시월 아침
물안개 퍼지는
삶과 죽음은 한 간 차이
사랑 밖에 이승을 달랠 길 없네
쓸쓸하고 외로운 지상
기쁘고 즐거운 지상에서 영원히
병과 고통과 그리움의 지상
아, 몸과 영혼이 꿈꾸는 이승
가는 길, 더딘 길, 갈 길 따라
사랑이 꿈꾸는 삶과 죽음 곁에서
삶을 염원하는 죽음을 증오하는
아, 이승과 저승의 한 켠
웃고 우는 어서, 어서 가라, 어서, 어서 가라
어서 오라 어서 오라 어서 오라 손짓하며
웃고 우는 말의 성찬(盛饌) 말의 죽음.
삶의 성찬(盛饌), 삶의성잔(盛饌)
천천히 살아가는 속도의 얼굴들
여릿 여릿 삶 꽃을 피운다
여릿 여릿 꽃의 입술 붉다
말의 절(寺) 따라 사원(寺院)을 간다
산을 간다 산가시연꽃 몸안의 진실을 따라 간다
산가시연꽃 손 떨리는 사랑을
오래된 슬픔은 화석이 되네
오래된 외롬은 바다가 되네
문양에서 사월까지 대구지하철
1, 2호선 긴 꿈을 가네
긴 희망을 가네
삶의 사랑을 안고 가네
옛 사랑 첫사랑, 첫사랑을 안고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