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의 시인 박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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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3    업데이트: 14-03-19 14:56

저서

1989_걸어서 하늘까지
아트코리아 | 조회 1,032

 


걸어서 하늘까지


박해수


1
무릎 꿇어 갈 수 있을까
멀리 멀리
걸어가면 아득하리라
우러러 하늘을
하늘을 보면
정말 걸어서 갈 수 있을까
등나무 줄기를 타고
저승꽃처럼
쇠별꽃처럼 피어서
아무렇게나 홀로 걸어서
하늘까지 갈 수 있을까
저녁해 바라보며
삶꽃 피우고
하늘 가는 길은
저녁놀에 파묻혀
별들도 쉬어 간다는
저 하늘 위
걸어서 걸어서 하늘까지
걸어서 갈 수 있을까

2
가슴 헤치며
어둠 갈라 헤치는
빛으로 빛으로
애날개 저어 오는
첫사랑 첫 순정같이
가슴병 풀고
목마른 내 병 풀고

아득한 땅의 평화
땅을 밟고서 걸어서, 걸어서
떠나리라 마음먹고
떠나리라 마음먹고

사는 일과
기도하는 일
마음으로 빛나, 희망 터지는
길은 길들로 사라져
저 새벽길
새벽별로 잦아 있음을,

3
오늘도
어제도 걸어서 하늘까지
길을 잃고
잠들 무렵
빈 들녘 걸어서
하늘 가까이
걸어서 걸어서
두 눈물 닦으며
가득 흐르는 삶꽃
죄꽃들에 파묻혀
몸 털고 그리움 비비며
겨울 들길 걸어서 가고 있지만
텅 빈 가슴 채우는
저 하늘은 무엇일까
한줌씩 한줌씩
목숨 파묻고
막막한 이 길은
너무 고요하구나
눈물로 껴안고 우닐며
무릎 꿇고 걸어서 갈 수 있을까
기도로 열리는 하늘의 숨결
숨결 숨결 같은 저 하늘 가
…걸어서, 걸어서 …
천천히 가면 되리라 다짐하며
울면서 홀로 울면서
울면서 홀로 울면서
걸어서 하늘까지
걸어서 하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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