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들깨잎들 시들고 있다
기러기 떼 지어
울면서 사라졌다
살냄새가 그리웠다
소리들은 누워있다
연기는 어디로 어디로 사라지나
해 떠나는 하늘 끝
물통에 저무는 얼굴이 비친다.
유리창을 닫아야 한다
더덕빛 우울이 무겁다
혼자 생각하면
생각이 멍하다
제비들 떠나고
사람들은 또 무엇을 위하여
저무는 저녁을 가고 있는지
문 밖에 어둠이 스러져
정작 어둠을 지우고 보나니
해 떠나는 하늘 끝
한 점으로 보인다
들깻잎 모여 시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