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의 시인 박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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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전국 살림길 들꽃사랑답사단 자전거투어 #12]
박해수 | 조회 915

[제2회 전국 살림길 들꽃사랑답사단 자전거투어 #12]

  • 대구=머니바이크 박정웅 기자 |입력 : 2013.08.2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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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수 시인/사진=박정웅 기자
박해수 시인(고모령철도문화예술원장, 문학박사)이 28일 고모역에서 들꽃사랑답사단을 환영하고 있다. 박 시인은 고모역 시로 '고모역 시인'으로 통한다. 이날 답사단을 위해 이유선 시낭송가가 시 고모역을 몸짓과 함께 형상화했다.

-고모역-

고모역에 가면
옛날 어머니의 눈물이 모여 산다
뒤돌아보면 옛 역은 스러지고
시레기 줄에 얽혀 살던
허기진 시절의 허기진 가족들
아 바스라지고 부서진 옛 기억들
부엉새 소리만 녹슨다
논두렁 사라진
달빛 화물여차는 몸 무거워
달빛까지 함께 싣고
쉬어 가던 역이다

고모역에 가면
어머니의 손재봉틀처럼
덜커덩 덜커덩거리는 화물열차만
꽁지 빠진 새처럼
검은 물새떼처럼
허기지게 날아가는
그 옛날 고모역 선로 위에서
아 이즈러진 저 달이
아 이즈러진 저 달이
어머니의 눈물처럼 그렁그렁
옛 달처럼 덩그라니 걸려 있는
슬픔처럼 비껴 서 있는 그 옛날 고모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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