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0    업데이트: 21-05-0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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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예가 픽미픽味] 신포동 '반반'_인천일보
아트코리아 | 조회 962
[ 여성 서예가 픽미픽味 ] 신포동 '반반'


▲ 인천서예협회 함경란 회장과 권정수 부회장이 음식점 '반반(半盤)'에서 만났다. /사진 이아진 기자

"느림의 미학 서예, 슬로우 푸드와 닮았어요"

"붓글씨는 다른 말로 서예(書藝) 또는 서도(書道)라고 하잖아요. 예의를 갖추고 도를 닦듯이 끊임없이 연마하면 깨달음의 경지를 얻게 되죠. 그런 면에서 단순한 재주와 재능, 솜씨와는 다른 뜻이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인천서예협회 회장이자 서예가인 바라 함경란 작가와 부회장인 다나(茶娜) 권정수 작가가 슬로우 푸드 음식점으로 알려진 '반반(半盤)'에서 만났다. 지난 2014년에 서예협회 제4대회장에 취임한 함 회장은 3년 임기를 마친 뒤 회원들의 연임 요청을 받아들여 5년째 이끌고 있는데 회장으로 일하는 동안 회원이 150명에서 5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서예협회 회원이 되려면 인천서예대전에서 입선 이상을 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하지요. 저 혼자 잘해서가 아니라 여기계신 권 부회장을 비롯해서 부회장단이나 이사들이 모두 열심히 해주신 덕분이라 늘 감사하고 있지요."

 작가는 개인전은 10년에 한번씩만 갖겠다는 스스로 세운 원칙에 따라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인천문예회관에서 '향기나눔'이란 주제로 네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40년 넘게 글씨를 쓰다보니 10년에 한번정도 제 글씨체에 변화가 생기는걸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10년동안 깊이가 더해지고 농익은 글씨체로 바뀐 모습이라든지 서예도 캘리그라프와 같이 시대에 따른 문화현상을 담아 보여주겠다는 심정으로 개인전을 열었지요."

함 작가는 시를 쓰는 것도 즐겨해서 그동안 3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 전시회에도 같은 제목의 시집을 함께 펴내고 시집안의 작품들을 다양한 글씨체로 옮기기도 했다. 평소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해오고 있는 함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작품들을 구치소나 노인회관, 요양원 등 필요한 곳이 있으면 기꺼이 나누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이번 전시를 마지막 개인전이라 생각하고 좋은 문장을 만들고 심혈을 다해 글씨를 쓰며 준비해서 그런지 전시회가 끝난 뒤 심한 후유증을 앓았어요. 몸이 힘들었던 건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하면 해소가 되는데 정신적으로 고갈시킨 느낌이 드니까 아무 의욕이 없어지고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허탈감도 들고 최선을 다했는데 제대로 했나하는 생각에 우울증까지 겪었지요."

권 부회장은 한글서예를 함 회장에게 배운 직계 제자이다. 원래 초등학교 때 서예를 시작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그만두게 된게 아쉬워 둘째 아이를 갖고 태교에 좋은 서예를 하기 위해 붓을 다시 잡았다.

"처음에는 한문서예를 하다 문인화를 거쳐 9년 전에 함 회장님께 한글서예를 열심히 배우니 '서예를 쓰고 차를 마시는 아름다운 여인'이란 뜻의 다나(茶娜)라는 아호도 주셨어요. 한문서예를 할 때는 전서를 주로 썼어요. 전서는 처음 시작할 때는 대칭을 중시여기지만 계속 쓰다보면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한문서예는 한자를 익혀야 뜻을 알 수 있지만 한글은 바로 의미전달이 되기 때문에 한글서예도 배우게 됐어요." 인천서예협회는 지난달 인천에서 한중서예교류전을 가진데 이어 오는 11월8일에는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인천과 칭다오의 문화 예술의 나눔을 통해 두 도시간의 문화교류에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함 회장님은 누가봐도 '바라의 글씨'라고 알 수 있듯이 한글서예의 글씨체를 정립하신 분이세요."

"권 부회장은 원래 중국어를 전공해서 한중교류전 때 통역을 도맡아 하는 등 큰 역할을 했어요."

두 여성 서예가는 서로에게 덕담을 아끼지 않은 뒤 '서예 예찬'에는 한 목소리로 입을 모았다.

"서예는 말그대로 '느림의 미학'이지요. 먹을 갈고 붓에 먹물을 묻혀 화선지에 글씨를 쓰면 정신수양이 따로 없어요. 그러고보니 이집 '반반(半盤)'은 이름도 그렇고 슬로우 푸드를 지향한다니 서예와 너무 닮은 것 같아요."

 
기사 전문 보기 > http://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905170#08hF​

출처 : 인천일보(http://ww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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