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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방복희에게 '문' 이란?
아트코리아 | 조회 1,144

작가 방복희에게 '문' 이란?
수성아트피아서 개인전

매일신문 - 2014.05.27

 


문(門)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작가 방복희 개인전이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리고 있다. 방 작가는 오랫동안 풍경과 인물, 누드화를 그렸다. 그러다 2007년 40대의 늦은 나이에 계명대 미대 대학원에 진학한 뒤 문이라는 소재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찌그러지고 녹이 슨 문에 배어 있는 세월의 흔적에 관심을 가진 것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문 작업은 누드화의 연장선 위에 있다. 그녀가 누드화를 그린 배경에는 자궁이라는 문을 열고 태어난 인간에 대한 관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가옥이나 건물에 필수적으로 설치되는 문은 왕래하는 효용성이 우선한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 인간의 삶과 연계시켜 보면 심오한 의미를 갖고 있다. 방 작가에게 문은 삶의 흔적이 배어 있는 공간이다. 작가는 문에도 표정이 있다고 말한다. 공장에서 만들어질 때 문은 획일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람의 손때가 묻고 세월의 풍파에 시달리면서 문은 저마다 표정(형태)을 갖게 된다는 것. 또 문은 세상과 소통하는 데 필요한 통로다. 문이 열리면 세상을 향한 소통의 길이 생기고 문이 닫히면 세상으로부터 단절된다. 문을 여닫는 행위는 세상과의 소통을 전제로 한다. 방 작가의 작업은 이처럼 문이 갖는 내적인 의미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다양한 이미지 해석을 요구한다.

 

방 작가는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문을 비롯해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운명에 처한 건물의 창이나 쇠창살 문 등 시간의 흔적을 여실히 드러내는 문을 소재로 채택하고 있다. 문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효용성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구성적인 의미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방 작가의 문 작업은 세밀하다. 문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제대로 부각시키기 위해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하고 있다. 서양적인 문을 그릴 때에는 캔버스 유채작업을 한다. 반면 한옥 문을 소재로 한 작업에는 한지와 먹, 분채 등 전통 재료를 사용한다. 덕분에 채색화로 묘사된 한옥 문에서는 동양적인 정서가 그윽하다. 이질적인 두 가지 작업을 병행하는 것은 작가에게 혼란스러운 일이다. 그림의 재료가 바뀌면 조형적인 사고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형식을 병행하는 것은 창작에 대한 욕망이 남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방 작가의 작품 경향은 구상화에서 추상화로 넘어가고 있다. 사실적인 묘사를 기반으로 한 그녀의 작업은 문이라는 소재를 극명하게 재현한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실재하는 문 앞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녀는 안주하지 않고 조형적인 변화를 모색했다.

 

방 작가는 최근 문의 구체성을 걷어내고 문의 이미지를 강조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문을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을 문과 대비시킨 작품이다. 벚꽃과 개나리 등을 대비시킨 작품은 문을 대하는 방 작가의 새로운 시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 및 의미에 자연적인 이미지를 도입함으로써 조형세계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작가에게 또 다른 과제를 안겨준다. 방 작가는 이번에는 자연을 담았지만 다음에 무엇을 담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녀는 “과거에는 세월의 흔적을 쫓아다니다 보니 사실적인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지금은 문이라는 이미지를 단순화시켜 표현하고 있다. 이는 비우고 덜어내서 새로운 것을 담기 위한 과정이다. 앞으로 담아야 할 것을 찾는 것은 저에게 주어진 새로운 숙제”라고 설명했다. 053)668-1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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