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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언론

[매일춘추] 스승, 극재(克哉) - 2014.07.23 - 매일신문
아트코리아 | 조회 574

배우 배용준은 일본에서 ‘겨울연가’를 통해 욘사마라 불리면서 엄청난 한류 열풍을 일으켰다. 또한 가수 비로 알려진 정재훈은 박진영이라는 프로듀서가 있었기에 스타로의 탄생이 가능했다.

20세기 최고의 거장으로 불리며 생전에 부귀영화를 누린 피카소나 네덜란드 출신의 고흐나 이탈리아 출신의 모딜리아니처럼 궁핍한 삶을 살다가 안타깝고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천재 화가들도 지금은 모두 세계적인 화가들로 인정을 받고 있다. 어떤 삶을 살다 갔든 이들 모두가 지금의 그런 위치에 이르기까지는 자신의 능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특별한 조력자의 도움이 반드시 있었다.

 

대구가 낳은 미술계의 거장으로 몇 년 전 고인이 되신 극재 정점식 선생님이 있다. 성주에서 태어나 2009년 세상을 떠나실 때까지 줄곧 대구에서 지방작가로 서러움을 이겨내며 교육자이자 화가 그리고 수필가로 많은 업적을 남긴 분이다. 나의 스승이기도 한 극재 선생님은 우리나라 추상회화의 일세대이면서 문인의 품위와 품격을 지녔던 분이기도 하다.

 

선생님의 작품을 보면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것들을 최대한 정제시켜서 빠른 필력으로 리듬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특히 누드 작품을 보면 대상의 이미지를 표현의 절제를 통해 추상화시켰다. 자신만의 천재적인 감각으로 독자성을 가지고 뛰어난 작품 활동을 하신 분이라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또한 후배들이나 제자들이 글을 부탁하면 마다하지 않고 꼭 들어주시고 그러면서도 고마운 일이 생기면 꼭 그것을 밖으로 표현하셨던 분으로 인격적인 면 또한 훌륭한 분이셨다.

 

현재 대구는 문화면에서 질적 양적으로 볼 때, 발전가능성이 있는 엄청난 인프라를 갖고 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럽다. 그중의 한 가지가 지역을 대표하는 화가의 번듯한 미술관 하나가 없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지명도 때문인지 몰라도 경남 출신인 이우환 화백의 미술관을 타 도시와 경쟁하듯이 추진한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이 든다. 지역에서 평생 활동하면서 많은 업적을 남긴 대표 작가의 미술관을 외면하고 지금 명성이 있다는 이유로 타 지역작가의 미술관을 추진한다는 것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정점식 미술관 등 대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화가의 미술관을 만들고 더불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한다면 세계적인 스타도 만들어질 것이다. 그 결과 문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문화가 충만한 도시 대구를 찾아올 것이다. 그것이 실질적인 문화 발전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타는 개인의 능력만 가지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힘을 합쳐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안창표<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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