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66    업데이트: 21-01-22 17:30

평론 언론

[매일춘추] 패러디 - 2014.07.16 - 매일신문
아트코리아 | 조회 571

브라질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특히 주최국이자 월드컵 최다 우승국이며 이번 대회 우승후보 1순위라던 브라질이 독일에 부끄러운 점수 차로 대패함으로써 브라질 국민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장면까지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또한 경기도중 상대선수를 깨무는 우루과이의 스타플레이어 수아레스의 모습을 보면서 승부세계에 너무 몰입한 부작용이라는 생각도 갖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루과이와 브라질 국민들이 이런 장면을 오히려 재미있게 모방하고 변형을 해서 이를 두고서도 환호하는 모습은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비록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에는 어긋나지만 그 사건을 즐거움의 대상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그 사람들의 여유와 해학을 가늠할 수 있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상징은 양팔을 펴고 서 있는 거대한 예수조각상이다. 브라질 월드컵 안내 영상 맨 앞부분에 나오는 것이다. 브라질 사람들은 이 예수상을 변형시켜 얼굴을 감싸고 울고 있는 모습으로까지 탈바꿈시켜 놓았다. 그 상상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아마도 브라질 국민의 슬픔을 성스러운 상징물을 통해 우스꽝스럽게 변형시켜 놓은 것임에 틀림없다. 일반적인 형상에서 감히 느끼지 못하는 것을 끄집어내어 비판적이든 긍정적이든 본질적인 요소까지 과감하게 바꾸면서 우리에게 또 다른 시각으로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복잡한 사회 속에서 다양한 사건들을 만나며 살아간다. 힘든 삶이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 일들을 누군가가 또 다른 시각으로 모방하고 창의적으로 해석해서 우리에게 또 다른 메시지를 제공한다면 우리의 삶은 그렇게 슬프고 무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세계적인 명화를 이용해서 변형시키고 왜곡시켜서 매스컴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작품 중 하나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다. 많은 풍설과 함께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에서 오는 관심이 오늘날까지도 적지 않은 작품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작품에서 핵심을 적당히 끄집어내서 그것을 분석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가질 때 또 다른 창조를 기대할 수 있다. 그것이 모방과 풍자의 관계다. 모나리자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것도 일종의 풍자다. 조용하고 다소곳이 앉아서 살포시 미소를 머금은 작품은 어느새 상반된 얼굴이 되어 있다. 이는 우리가 현실에서 간절히 원하는 것들을 익숙한 대상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안창표(화가)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