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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언론

[매일춘추] 텃밭 - 2014.07.09 - 매일신문
아트코리아 | 조회 580

프로필 이미지내 작업실 근처 무학산을 오르다 보면 곱게 천연염색을 한 색색의 천을 조각조각 붙여서 만든 보자기처럼 갖가지 모양을 한 텃밭이 정겹게 오순도순 자리하고 있다. 그곳은 각자 차지하는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의 소중함을 더없이 느끼기에 충분하고 어울림의 가치를 물씬 풍기기에 충분하다. 어느 누가 저렇게 예쁜 동심을 가지고 있을까? 보는 이로 하여금 꿈과 희망을 주듯이 형형색색의 바람개비를 밭 입구에 정성스럽게 만들어서 꽂아놓았다. 또 누군가는 나뭇가지로 형식적인 울타리를 만들어 놓은 것을 보니 아마도 소통을 전제로 만들어 놓은 듯하다.

 

밭을 뒤로하고 약간 오르다 뒤돌아보면 추상화가 몬드리안이 그려 놓은 작품처럼 밭 모양들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작품이 되어 있는데 그들이 서로 의논해서 도면을 그리고 계획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지만 얼마나 자연스러운 작품이 되었는지 친근감이 있는 멋진 작품이 되어 있다. 또 그 면면에는 갖가지 채소들과 욕심 없이 밭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조형 요소들이 되어 자리하며 그 자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모든 일에도 그렇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주제가 차지하는 공간 즉 포지티브 공간만을 생각하고 집중하는 경우가 있는데 소극적인 공간 즉 네거티브 공간이 그림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소중하고 특별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서로 함께할 때 비로소 서로의 가치를 통해 완전해지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따를 수밖에 없는 커다란 땅덩어리만 생각하고 개발제한구역에도 가능한 작은 소망의 텃밭이 소외된다면 이 사회는 왠지 눈물 없는 감동의 드라마와 같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작으면서도 귀중한 마음 한구석의 텃밭은 삶의 여유이고 그 여유는 다른 사람과 정을 나누면서 사랑하게 하는 작지만 소중하면서 커다란 의미를 담은 공간인 것이다. 그것은 소유의 개념보다 무소유의 공간 그 자체로 자연 감성으로부터 삶을 알고 사람들과의 소통의 장이 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텃밭을 소중히 하고 사랑하는 분이 많아질 때 요즘처럼 힘겨운 가운데 어울림이 더해서 우리의 삶은 더욱 조화를 이루고 아름답고 보기 좋은 멋진 하나의 작품이 될 것이다.  

 

내가 아는 분 중에 텃밭에 대해 아주 남다르게 애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이 있다. 채소가 자라는 것을 보며 감동을 하고 애 키우듯 해서 결실을 하면 이웃에게 베풀기 바쁘다. 그 텃밭은 그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밑거름이 되어 소망의 줄기를 자라게 하고 사랑의 결실로 베풂에서 오는 행복함과 소중함을 실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 창고에 가득히 쌓아놓은 곡식은 될 수 없지만 한 광주리에 담긴 갖가지 색을 가진 채소 가운데 풍요로움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우리 모두는 더욱 행복한 삶을 누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텃밭은 우주의 축소판이다.

 

안창표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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